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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bba Day _ 두견주조


 충남 예산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백종원’이다. 백종원 대표가 등장하기 전만 해도 예산은 충남의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요식업의 대부가 브랜딩한, '먹짱들이 방문하는 도시'로 변모했다. 그래서인지' 예산'과 '술'을 조합해 검색하면 '백술상회'가 나온다. 그 다음으로 '골목양조장'이 나오는데, 이는 백종원 대표가 데려온 예산 시장에서 술을 빚는 곳이다.

그렇다면 이번 짐빠데이 종착지는 '골목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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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아니다. 짐빠의 본령을 따라 더더욱 골목에 있어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곳을 찾아가봐야지! 그래서 오늘은 예산 두견양조를 가봤다.


창업주 아니고 공장장인디요?

내비게이션을 따라 달려 목적지에 다다르면 오랜 풍파를 견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푯말에 '두견양조'. 전경 사진을 찍으려 저만치 떨어져 보면 생각보다 큰 규모에 흠칫 놀란다. 약 450평 규모.


두견양조는 1974년 건립됐다. 예산·합덕·당진·면천·서산에서 약주를 제조하던 사람들이 합동으로 시작한 양조장이다. 짐빠데이 첫 번째 기행지인 당진의 면천양조장 창업주가 면천양조장을 설립하기 전 이곳에서 먼저 술을 빚기 시작했다고도 한다.


 약 40여년간 성업을 하고, 2013년 두견양조의 수장이 바뀐다. 지금의 임의욱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평생 직장으로 두견양조에 몸담아 왔다. 인수 전에는 공장장을 역임했다.




술은 만들지만 술을 못 마십니다

"사장님, 술을 빚으시려면 아무래도 많이 드시게 되죠?"

"난 술 안 좋아해"

"?"

"??"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해 정적이 잠시 흘렀다. 술을 빚는 사람은 반드시 술을 좋아할 거라는 생각은 선입견에 불과했다. 여러 양조사들을 만나봤지만, 술을 잘 안 마시는 양조사는 처음이다. 고등학교 시절 '소리없는 아우성'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임현묵 사장(舊 공장장)은 체질적으로 술이 안 맞는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들 모두 술을 못 마신다고. 그나마 사위는 술을 즐기는 편인데, 처가에 놀러올 때마다 술 냄새는 진동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 미스매치에 혼란스러워 한다는 후문.

"우리 사위가 자꾸 와인을 빚으래 허허허"라며 사모님이 너스레를 떠신다.

술을 안 좋아하는데 술맛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비결은 반복이다. 40여년간 똑같은 술을 매일 빚어왔으니 몸에 익어버렸단다. 레시피가 몸이요 몸이 레시피인 비로소 '레아일체'가 되버린 건 아닐까. 취향에 맞춰, 유행에 따라 술맛이 변하지 않고, 40여년간 똑같은 술빚기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래서 단골들이 이 술이 한결 같다고 얘기하나 보다.


나는 가짜 동동주를 마셨다

두견양조가 내놓은 술은 두 가지다. 순곡동동주와 순곡약주.



병과 라벨 디자인이 너무나 똑같아서 주의깊게 표기를 구분하지 않으면 동동주 마실 찰나에 약주를 마셔버릴 수 있다. 동동주의 색은 탁한데 약주랑 구분 못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냐고?

NO


사실 진짜 동동주는 약주와 색이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동동주는 막걸리에 비견된다. 탁주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동주와 막걸리는 무엇이 다른가'는 술자리 단골 안줏거리이기도 하다. 흔히 동동주는 막걸리인데, 거기에 쌀알이 동동 떠있는 술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사실이다.

진짜 동동주는 청주의 일종이다. 동동주는 쌀이 발효돼 나온 알코올의 맨 위 맑은 부분에 삭은 밥알이 동동 떠있는 술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그래서 약주와 색이 비슷한 두견양조의 동동주는 '진짜 동동주'인 것이다. 두견양조는 '순정' 동동주를 고수한다.  처음 이 사실을 몰랐을 땐 시음하라며 사장님이 건내준 종이컵을 받아들며 "사장님, 이거 동동주예요? 약주예요?" 수십 번은 족히 물어봤다. 그때마다 친절히 답해주신 사장님 굿.


하여튼 두견양조는 국내 얼마 안 남은, '진짜 동동주'를 빚는 소중한 보물이다. 두견양조의 순곡동동주는 알코올 도수가 10도다. 그래서인지 원샷을 못하고 꺾어마시게 된다. 맛을 표현하자면 쌀을 발효시킨 막걸리보다는 훨씬 강렬한데 비해 약주보다는 약한, 그 중간 어디 쯤 위치해 있다. 단맛도 존재하나 자극적이지 않다. 또 '순곡'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만큼 곡물의 향이 구수하게 퍼진다. 한편, '순곡약주'도 있는데, 이 동동주를 한 번 더 여과를 해 내놓은 술이다.




두견화 = 진달래꽃, 두견양조의 의미

두견주는 충청도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주다. 당진의 면천두견주가 대표적인데, 그 꽃향이 으뜸이라 두견양조의 술에도 진달래꽃이 쓰이는지 물었다.

"아니 그냥 두견양조"

"네...?"

"처음 이름 지을 때 두견주를 빚던 사람들이 썼나벼"

"아하!"

사장님에게 두견양조의 의미를 물었고 답을 들었지만 궁금증이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양조장이 '두견'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 이유는 예산 근방이 진달래가 많이 피었고, 이 꽃이 양조장에 유무형의 영향을 줬을 거라는 뇌피셜을 내려본다. 행여나 이 글을 보는 사람이 '두견'의 이름을 왜 썼는지 안다면 댓글을 부탁한다.



양조장 사무실엔 갈색 고양이가 초봄에 내리쬐는 햇살을 이불 삼아 자고 있었다.

"까맣지 않은데 왜 이름이 까미예요?"

"몰러, 옆집에서 태어났다고 줬는데, 이름이 까미래. 근데 귀찮아"라고 하면서 너무 사랑스럽게 보살핀다. 츤데레이신가. 까미는 1년 365일 24시간 이 양조장을 지킨다고 한다. 양조장을 지키는 까미처럼 이 술이 오래동안 우리 곁을 지켜주면 좋으련만.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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