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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판타지아 양조일기 (상)

by Jimbba Door


23.04.29 토요일 낮

(짐씨네 과일가게 / 컵과일)



아무래도 술을 파는 것만으로는 매장 운영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부업으로 컵과일 장사를 하기로 했다.

는 뻥이고 저녁에 있을 을지판타지아 팝업스토어를 위해 낮부터 가게에 모여서 술과 안주거리를 준비했다. 안주메뉴는 컵과일이다.


(을지판타지아 공식 포스터 / 짐빠가 만든 판타지아 참가 포스터)



이번 행사의 예상참가인원은 약 300~500명. 그래서 우리는 컵과일 100개를 준비하기로 했다.

멤버 O가 물었다. “근데 이거 안 팔리면 어떡함?”

나는 답했다. “팔고 남은걸로 술 담그면 개꿀!”



(우리 코여운 삼공이 좀 보고 가세요)


짐빠의 犬습생 삼공이도 주말 낮부터 출근해서 열심히 우리를 구경했다. 강아지의 날카로운 직감으로 삼공이는 이미 다 알고 있던걸까? 우리가 하고 있는 짓이 다 헛되고 부질없음을. 그래서 저토록 가엽고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우릴 쳐다보고 있었던걸까.



(팝업스토어 세팅 중)


(팝업스토어 세팅 완료. 색감이 너무 예쁘다)


그렇게나 화창했는데, 을지로에 도착하니 먹구름이 덮이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다. 바람이 불자 거의 춥다고 느껴질만큼 쌀쌀해졌다. 얼음 꽉 찬 하이볼이나 차갑고 새콤한 컵과일은 안 어울리는 날씨가 되었다.



(귀여운건 한 번 더 보세요. 대가리 왕큰 삼공이. 나도 대가리 큰데 난 안 귀엽지)

(조기퇴근 하는 삼공이)


(다소 모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멋진 공연을 즐기기 위해 많은 분들이 모였다)



(짐빠의 하이볼 베이스로 쓰이는 서울고량주와 럼PHAT)

(미소주방에서 협찬해주신 오늘의미소 막걸리:) 감사합니다)

(사진이 너무 예쁘게 나와서 자랑. 멋진 사진 찍어주신 Pablo 작가님 너무 감사합니다.)



23.05.01 월요일 저녁

(Door of Jimbba, The horse has become a seed, 2023, DALL-E 2)



말이 씨가 되었다.

효모가 필요했다.

O에게 집 근처 마트에서 효모를 사올 것을 부탁했다.

의외로 마트에서 효모를 판다는걸 지금 처음 알게 된 분들이 있을 듯 하다.

사이즈가 좀 있는 마트에선 제빵용 효모 한두개는 팔고 있다.

여러분도 혹시나 팝업스토어를 위한 컵과일이 팔리지 않아서 급히 술을 만들어야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당황하지말고 근처 마트로 달려가보시길 바란다.

꿀팁추.


(고오급 양조용 효모만 썼본 탓에 맨 왼쪽의 저것이 말로만 듣던 뽀빠이 효모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O가 물었다. “둘 중에 뭘로 사?”

나는 답했다. “몰라 큰걸로 사”

라고 무지성으로 답해놓고 찾아보니 왼쪽의 것이 그 유명한 뽀빠이 효모란걸 알게되었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뽀빠이 효모를 써보는 것인가..?’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왼쪽걸로 사다줘!”

O는 답했다. “큰걸로 이미 샀어”



<재료 1 : 포도와 딸기>


(탱글탱글하고 촉촉한 포도와 딸기)



<재료 2 : 효모>

(물에 잘 녹고 발효가 잘 되는 이스트, 발효가 잘 되어 신선한 빵의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음. 든든따리)



(아이스박스 가득 쌓인 컵과일과 포도를 아작내고 있는 O)


배신자 Ko와 Jay z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오지 않았기 때문에 O와 둘이서 술을 담갔다.

오늘 만들 술은 딸기 담금주와 청포도 와인과 청포도딸기 와인이다.



(O의 성난 손아귀에 무참히 박살난 청포도들의 잔해)


효모가 먹기 편하도록 과일을 열심히 으깨어준다.

딴딴한 청포도를 손으로 한알 한알 부수던 O가 말한다. “아 개힘들어. 발로 밟고 싶어”

O의 얘기를 듣자 유럽의 와인농장에서 한 남자가 포도를 으깨기 위해 검은색 포도로 가득한 나무통에 나체로 들어가는 장면을 티비로 보고 충격을 받았던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20여년이 지나서야 이해합니다 아저씨.. 왜 당신이 굳이굳이 알몸으로 포도욕조에 들어갔던 것인지..



(딸기담금주1, 딸기담금주2, 포도주, 딸기포도주가 발효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열심히 으깬 과일을 발효통에 담고 보당을 위해 설탕을 넣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당도계가 없기 때문에 당도를 측정할 수 없다. 대충 과일 당도가 10브릭스 쯤 되겠거니 하고 알콜도수 10도 정도로 목표로 잡고 설탕을 800g 정도 넣어주었다.


담금주는 겨울쯤에 꺼내보려고 한다. 와인들은 2주 정도 후에 병입할 계획이었다. 병입과 이후의 일은 다음 편에서 계속 적어나가겠다.




Tip. 혹시라도 과일로 술을 만들 분들께 소소한 팁을 드려본다면,

첫째, 과일 너무 차갑게 보관하지 않기. 손 시렵다.

둘째, 장갑 끼기. 맨손으로 하면 손에 과일향이 생각보다 꽤 많이 밴다. 첫날엔 향기로운데 다음날엔 맛 없는 내츄럴 와인 같은 쿰쿰한 냄새가 나서 괴롭다. 그런데 이걸 온몸으로 으깼던 아저씨.. 당신은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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