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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bba Day _ 시골 양조장 소통


신봉선의 최애 막걸리

포털에 올라온 뉴스를 클릭하다 보면 낚시질을 당할 때가 종종 있다. 기사의 제목 때문이거니와 썸네일 때문이기도 하다. 얼마 전 가수 겸 배우 아이유인 줄 알고 클릭한 기사는 코미디언 신봉선 씨가 주인공이었다. 기자가 '낚시'를 의도하고 썸네일을 만들었는지, 정말 신봉선 씨가 아이유와 닮았는지는 여러분에게 판단을 맡기겠다. 요는 신봉선 씨가 11kg 감량이라는 폭풍 다이어트를 성공했다는 내용.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기사를 시작으로 파도에 파도를 타서 신봉선 씨의 '최애' 막걸리까지 찾게 됐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도, KBS 예능 <국민 영수증>에서도 이 막걸리를 자주 언급할 정도. 궁금해졌다. 대체 그 막걸리의 맛이 어떤지. 신봉선 씨를 홀리게 한 이 막걸리의 주인장을 만나러 강원도 홍천으로 향했다.




연이어 만날 수 있는 양조장들

양조장의 주소를 처음 검색했을 때 흠칫 놀랐다. '강원도'. 지레 겁 먹을 만한 거리다. 그런데 짐빠가 누구인가. 술을 찾으러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배달부가 아니던가. 서울 잠실에서 출발. 1시간 30분쯤 달리니 창밖에 '지평'이라 적힌 초록 표지판이 보였다. 오홍 '저기가 지평막걸리 생산지이군'. 이내 저 멀리 또다른 양조장이 보였다 '세븐브로이'. 수제맥주 브랜드로 꽤 유명한 곳도 여기구나. 다음엔 양평을 와봐야겠다고 생각하려던 찰나 목적지에 다다랐다. 강원도라는 지역명이 주는 거리감은 편견일 뿐이었다. 경기도 양평과 지척에 위치했다.


양조장은 돌아오는 거야

강원도 홍천의 작은 마을 남면에 위치한 이 양조장의 이름은 '시골양조장 소통'이다. 1963년 현 사장 아버지의 매형이 '남면양조장'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 창업주는 강원도 홍천 남면에서 방귀 좀 뀐다는 실력자였다. 면장까지 역임했을 정도. 당시만 해도 동네에서 양조장을 한다는 것은 돈이 꽤 있었다는 의미다. 시간이 흘러 창업주의 2세가 영위하던 사업이 어려워졌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이 양조장을 매각했다고 한다. 이를 안타까워했던 현 사장의 아버지는 가족에게 특별한 의미였던 남면양조장을 되찾아왔다. 이것이 지금의 사장까지 이어지게 됐다.


우물은 사라졌지만 물맛은 으뜸

남면양조장도 원래 여타 오래된 양조장처럼 흙벽으로 뒤덮혀있었다. 그러던 중 2010년 모든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지금의 양조장 건물을 세웠다.

"이 양조장에 우물이 있었어요. 그 우물에서 나오는 물로 막걸리를 빚었죠. 파면 고운 모래가 나올 정도인데, 물맛이 으뜸이죠"

"오, 그러면 우물을 볼 수 있을까요?"

"지금은 없어요. 왜냐하면 양조장을 리모델링할 때 우물이 없어졌거든요. 나는 분명히 그 우물 남겨달라서 했는데,,,"

아쉽게도 우물을 만날 순 없었지만, 지금도 양조장 아래를 흐르는 지하수로 막걸리를 빚는다는 것은 분명하단다. 홍천(洪川)이라는 한자어만 봐도 넓은 물과 관련된 지역임이 틈림없다.


예술가처럼 살고파



"혹시 예술 쪽 종사하셨어요?"

"예술가는 아니지만 예술가의 삶을 지향하죠. 2일 일하고 5일 쉬는 그런 삶이요. 허허허"

양조장의 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사장님을 만난 인상은 예술가 그 자체였다. 구불구불하고 긴 머리카락과 적당히 수염으로 뒤덮힌 턱, 그리고 낮게 깔리는 중저음까지. 위 질문을 안 물어볼 수가 없었다.

"양조장 2층엔 무엇이 있나요?"

"제 놀이방이요. 고기도 구워먹고 노래도 부르고 술도 마실 수 있는 그런 공간입니다"

새로이 창업하는 양조장의 사장님들은 보통 전통주 제법 교육을 정식으로 받곤 한다. 반면 이 사장님은 아버지의 막걸리 빚기를 어깨 너머로 배웠단다. 도제식으로 배운 막걸리의 맛, 빨리 경험해보고 싶었다.


양짓마을 화로구이에서 맛본 홍천 잣 생막걸리

"제가 놀러가기로 돼있어서 식사를 함께 못하네요. 죄송해요. 대신 맛집 알려드릴게요. 양짓마을화로구이 가보세요. 거기에 막걸리는 저희 것만 취급합니다"


양조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양짓마을 화로구이 갔다. 과연 명성답게 손님으로 바글바글했다. 5분쯤 기다렸을까. 자리를 안내 받고 후다닥 막걸리를 주문했다. 특정하지 않았는데도 점원은 홍천 잣 생막걸리를 가지고 왔다.

'헐'

짐빠러들이 잔에 막걸리를 채우고 입에 넣은 순간 모두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막걸리를 목구멍으로 넘기고 숨을 들이쉬는 순간 잣향이 가득 퍼졌다.

"와 너무 맛있어"

"고기랑 먹어보자"

다시 한번 막걸리를 한 모금하고, 고추장 돼지구이 한점 씹었다.



"와.. 너무 이 고기랑 너무 잘 어울린다"

시골양조장 소통에서 만드는 술은 홍천 생막걸리와 홍천 잣 생막걸리 두 종류다. 홍천 잣 생막걸리는 생 잣을 갈아서 쌀과 함께 발효를 한다. 사장님은 잣의 함유량이 높다며 자부했다. 실제로 가평 잣 막걸리의 잣 함유량은 0.12%인 반면 홍천 잣 생먹길리의 잣 함유량은 0.15%이다. 0.03%차이가 이렇게 큰 임팩트를 줄 줄이야.


이 술은 잣의 고소한 풍미가 으뜸이다. 그렇다고 막걸리의 맛을 해치는 게 아니라 막걸리의 단맛+탄산감과 어울어진다. 단맛이 있지만 짧게 끝나고 라이트한 바디감에 텁텁함이 없어 혼술용으로도 제격이다. 왜 신봉선 씨가 자신의 최애 술이라고 꼽았는지 단번에 이해했다. 특히 부드러운 목넘김과 잣의 고소함으로 인해 여자들이 좋아한단다. 심지어 이 술은 현 사장이 연구개발한 술이다. 홍천시에서 특산품인 잣을 가지고 막걸리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이를 승낙해 지금의 레시피를 개발했다고. 잣은 유분기가 있어 산폐되기 쉬운데, 이렇게 고난이도 원료를 가지고 이토록 맛있는 술을 만들어내다니. 2일 일하고 5일 놀고 싶다던 사람이 만든 술이 맞나 싶을 정도다. 이 정도면 막걸리 빚기 천재 아닐까.


소통이 필요한 시대

"왜 양조장 이름에 '시골'과 '소통'이 들어가죠?"

"2010년대 초 우리나라에 너무 불통이 만연한 것 같아서, 우리라도 술을 가지고 소통을 해보자고 지었습니다. 마침 리모델링을 해서 간판을 새로 달아야 했고, 남면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에 있으니 '시골양조장 소통'이라고 지었습니다.


방방곡곡 숨겨진 술을 찾아내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

이것도 하나의 소통이다.

홍천 잣 생막걸리는 신당동에서 손님들과 소통할 준비가 돼있으니 어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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