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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우리는 한국술로 할래요

by Jimbba Door





‘.....전통주뿐만 아니라 한국술에 대해서도 조명할 것입니다.....’


우리는 짐빠를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우리가 할 일에 대해서 스스로 정의했었다.

누군가는 전통주와 한국술 차이가 뭔데? 전통주랑 한국술이 뭐가 다른데?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우리도 그랬다. 전통주가 무엇이고 한국술이 무엇인지 우리가 했던 고민을 나눠보고자 한다.


전통주란 무엇인가?


전통주는 사전적 정의와 법률적 정의가 있다.

사전적 정의로 전통주는 '한 나라나 지역 등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양조법으로 만든 술'이다.

법률적으로 전통주산업법에서는 민속주이거나 지역특산주인 경우에 한해 전통주라고 본다.

그럼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는 무엇일까?

첫째, 명인 혹은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한 술을 민속주라고 한다.

둘째, 주류제조장 인접지역의 농산물을 원료로 제조한 술을 지역특산주라고 한다.

전통주산업법에서는 위 두가지 경우를 제외하면 전통주로 인정하지 않으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전통주의 이미지와도 괴리감이 있다.

입국 막걸리, 감미료 막걸리도 전통주인가?


여기부터는 전통주라는 단어를 사전적 의미에 따라 쓰기로 한다.

그런데 ‘전통적’이라는 말도 다소 상대적인 개념을 내포하기 때문에 전통주의 기준이 모호해진다.

‘전통적’이라는 말은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라는 뜻이다.

몇백년의 역사를 가진 지역에서 백년 전의 것은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지만, 몇천년인 곳에서의 백년은 비교적 최근이다.

우리가 슈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막걸리들을 ‘전통’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위와 비슷하다. 많은 지역양조장들은 지금으로부터 약 백년 전 일제강점기부터 시작해서 광복과 6.25전쟁의 파란만장한 시대를 지나 근현대의 급속한 경제성장기 동안 생존과 적응의 과정에서 자의적 또는 타의적으로 전통방식을 일부 포기하고 입국이나 감미료 같은 현대적인 것들을 이용해서 술을 빚게 되었다.

삼국시대 초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막걸리 제조의 역사에서 약 백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사이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긴 것이다

때문에 전통방식을 따라 막걸리를 빚는 분들은 간혹 입국이나 감미료를 써서 만든 막걸리는 전통주가 아니라고 하신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카이빙 하려는 지역양조장들은 전통주라는 가치와 무관한 곳인가?’, ‘100년도 짧지 않은 시간이며, 이 분들의 술 빚는 방식도 나중엔 당당히 전통으로 인정 받을 지 모르는데 무관하다고 봐도 되는 것일까?’, ‘전통방식은 따르지만 바질, 라임, 바닐라빈 같은 외국재료가 들어간 막걸리는 전통주인가 아닌가?’라는 수많은 물음표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런 의문들을 해소하지 않은 채 아카이빙을 계속 하기엔 찝찝했다. 그래서 전통주란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 나름대로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도대체 전통주는 무엇인가?


위와 같은 논쟁이 생기는 이유는 전통주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전통주의 의미를 처음부터 다시 조사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조사를 해보아도 명확한 정의를 찾을 수 없었다. 전통주라는 말은 언제, 어디서, 누가 처음 쓴 것인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요즘 천재만재라고 소문난 ChatGPT에게 물어보았다.



88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86년에 민속주 제조를 허가하던 당시를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조금 더 역사성이 담겨 있는 자료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과거에 전통주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를 검색해보았다.



전통주라는 키워드를 쓴 최초의 기사이며 조선일보 1981년 12월 3일자이다.

기사의 내용은 이렇다.


- 제목 : “막걸리를 한국술로 키우자”

- 88올림픽이 가까워오니 전통주를 양성하자

- 현재 막걸리의 규격 알콜함유량을 현행 6도에서

8도까지 상향하자

- 그래야지 막걸리를 만들 때 곡물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어서 막걸리의 제 맛을 낼 수 있다

- 전문가들에 따르면 막걸리 맛을 다양화하고 대중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구연산, 유산 등 보산제나 감미료의 첨가가 불가피하다

(*원문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맨 하단에 링크를 첨부한다)


기사 내용 중에서는 마지막 줄이 가장 흥미롭다. 저 당시에 전통주를 육성하려고 제안한 방법에 따라 빚은 술들이 지금은 오히려 전통주가 아니라고 비난 받고 있다는게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전통주라는 말이 쓰인건 고작 40년 정도인 것 같다. 애초에 ‘전통주’라는 단어부터가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이 아닌 셈이다. 기록에 쓰인게 80년대부터였을뿐, 실은 이전부터 많이 쓰던 말이 아닐까 싶어서 가까운 지인에게 물어보았다. 70년대 후반부터 술을 즐겨오신 아버지께서는 대략 80년대 후반쯤부터 전통주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한 것 같다라고 하셨다.

88올림픽을 위해 우리 민족의 것을 알리는 아이템 중 하나가 우리술이었는데, 이 당시에 전통주에 대한 개념을 깊이 고민하지 않고 사용했으며 관련법까지 제정해버렸던 것 같다. 지금보다는 우리술에 관한 연구가 부족했을 것을 감안하면 납득은 된다.

어쨌든 결국 전통주에 관한 논쟁은 애초에 전통주라는 개념이 제대로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났다.


이렇게 해보는건 어떨까요?


전통주의 의미를 다시 고민하고 분류해서 체계화한다면 이런 논쟁은 다소 줄어들 것 같다.


‘한국의 주류제도와 전통주산업’(이동필, 2013)이라는 연구서에서는 전통주를 ‘한 민족의 식생활 풍속이 담겨 있는 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 나라나 지역 등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양조법으로 만든 술'보다는 포용적이어서 사용하기 좋은 것 같다.


















맥주 소믈리에 자격증인 씨서론(Cicerone)을 주관하는 BJCP에서는 제조방식, 시각적 특징, 미각적 특징, 재료 등에 따라 맥주를 약 100여 가지의 스타일로 분류한다.

라거를 예로 들면 아메리칸 비어, 체코 라거, 유럽 라거 등으로 분류한다. 아메리칸 비어 중 하나인 ‘아메리칸 라이트 라거’에 대해서는 ‘탄산감이 강하다’, ‘매우 밝은 지푸라기색’, ‘1940년대 쿠어스가 최초로 만들었고 90년대에 미국에서 가장 잘팔리는 맥주가 되었다’, ‘쌀, 옥수수와 같은 부재료가 40%까지 들어간다’, ‘버드라이트, 쿠어스라이트, 밀러라이트 맥주가 이 유형에 해당한다’와 같이 상세하게 정의하고 있다.

막걸리를 대입해본다면 대중막걸리도 ‘현대식 막걸리’ 스타일로 분류하여 ‘탄산감이 강함’, ‘감미료로 인해 단맛이 강함’, ‘부재료인 밀과 쌀의 비율에 따라 텁텁하거나 깔끔한 질감’, ‘장수막걸리, 지평막걸리, 대부분의 지역막걸리가 이 유형에 해당’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위 조선일보 기사에서는 ‘한국의 고유주’라는 용어도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인용해서 카테고리를 만든다면 ‘한국술 > 한국 고유 술 > 전통주 > 막걸리 > 현대식막걸리’ 정도로 분류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고유 술인데 전통주가 아닌 술은 ‘한국술 > 한국 고유 술 > 희석식 소주’ 정도로 분류하고 ‘참이슬, 처음처럼’이 이 유형에 속한다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술이면서 한국 고유 술이 아닌 술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와인, 맥주, 럼, 고량주 등이다.


이처럼 전통주의 개념을 보다 명확하고 포용적으로 정한 후, 술의 특징에 따라 스타일을 분류하고 체계화해 나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덕후가 세상을 바꾼다!


전통주에 대해서 우리들끼리 토론을 하다가 우리는 전통주뿐만 아니라 한국술 전체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전통주가 아닌 한국술들도 재미있고 맛있는 술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술과 양조장들의 맛있고 재미난 술과 이야기들을 가져와 사람들과 나누어갈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즐기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기쁜 것이 덕후의 마음이고, 즐거움은 나누면 배가 되는 것이 만고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의 덕질영업이 잘 먹혀들어 즐거움을 함께 할 술덕후들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 다양하고 좋은 한국술들이 더욱 많이 생겨나고, 이것이 또 다시 술덕후들을 낳는 선순환이 이어지는 날을 꿈꾸어본다.


1) 조선일보 기사(막걸리를 한국술로 키우자, 1981.12.03) 링크

https://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aver?articleId=1981120300239102017&editNo=1&printCount=1&publishDate=1981-12-03&officeId=00023&pageNo=2&printNo=18665&publishType=0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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