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imbba Door
단양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만찬주로 유명한 소백산 막걸리를 빚는 대강양조장을 비롯한 서너개의 양조장이 있다. 그 중에서 단양 시내에 있는 양조장은 단양양조장이 유일하다.
단양양조장은 약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양조장으로, 세월과의 싸움에서 깊은 주름과 굳은살이 패인 현판이 이 곳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양조장이 처음부터 이 자리에 있던 것은 아니며, 40여년 전 충주댐 건설로 인해 예전 마을이 수몰되면서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다.
현재 사장님은 2대째 주인이다. 오래 전에 기울어가던 단양양조장을 모친께서 인수해서 운영해오셨고, 사장님이 대를 이어 단양으로 내려와 양조장 일을 시작한 지는 15년 정도 됐다.
현판이 달린 정문을 지나 넓은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에 있는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이 술을 만드는 발효실이다.
발효실 안으로 들어서면 30여개의 커다란 항아리들이 나란히 정렬되어 있다. 항아리들 틈사이로 들어가 가만히 눈을 감고 감각에 집중하고 있으면 서늘한 온도와 쿰쿰하면서도 향긋한 술 냄새가 코를 타고 들어온다. 그리고 곧 발효실 여기저기서 통, 통, 통 물방울이 맑게 울려퍼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술이 익는 소리다. 술이 익으면서 부글부글 올라온 기포가 터지며 항아리를 치는 소리가 빗방울 소리 같다.
이 곳의 발효중인 술은 다른 양조장에서 보던 것과는 좀 달라보였다. 술의 질감이 조금 더 우유처럼 부드러워 보였다.
고두밥으로 술을 담그는 일반적인 방법이 아닌, 쌀을 가루로 내어 백설기처럼 만들어서 밀가루와 함께 쪄내어 술을 담그는 이곳만의 독특한 방법 때문인가 싶다.
찬찬히 항아리들을 살펴보니, 우선 ‘소화(昭和)’라는 한자가 적힌 항아리가 눈에 띄었다. 일제강점기 당시의 연호이다. 양조장 설립 당시부터 쓰인 항아리들로 오래된 것이 35~40년 경에 생산된 것이고, 가장 어린 항아리가 63년산이다.
그리고 모양과 새겨진 글자가 다른 것들도 있는데 다른 양조장들이 문 닫으면서 매물로 나온 것들을 구해서 수집 중이시다.
깨진 곳을 덧바른 듯한 자국이 있는 항아리들도 있다. 항아리도 오래 쓰면 금이 가고 깨진다고 한다. 그래서 수선을 해줘야하는데 예전에는 항아리 때우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이 계셨지만 90년대 이후부터는 명맥이 끊겨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사장님이 항아리 수선 방법을 터득해서 직접 고쳐 쓰고 있다.
현대식 양조시설에 비해 손도 많이 가고 일정한 품질 유지도 어려운 항아리를 고집하는 것은 사장님의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철학 때문이다.
항아리 발효의 장점 또한 있다. 항아리는 열전도율이 낮아서 내외부 온도교환이 느리다. 때문에 항아리 안의 효모 생태계도 그만큼 온도에 의한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 사람도 계절의 변화가 극심한 지역은 성격이 급하고 거친 반면에, 계절 변화가 없는 지역의 사람들은 보다 포용적이고 여유있는 것을 떠올려보면 사람이나 효모나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항아리의 주둥이 모양과 두께에 따라 수분 증발량이 달라지고, 항아리가 놓인 위치에 따라 온도가 미세하게 달라지는 등 사소한 차이에 의해서도 맛이 달라진다고 하니 술 빚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단고을'은 단양의 옛 지명이다. 단고을 막걸리는 대략 16일 정도의 발효를 하고, 일주일 정도 숙성을 시킨다. 밀을 베이스로 바디감을 높였는데, 이 곳 사장님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막걸리이다.
'찹쌀 막걸리'는 막걸리보다는 청주에 가깝다. 알콜도수도 10%로 일반 막걸리에 비해 높은 편이다. 놀라운 점은 덧술을 10회 이상 해준다는 것이다. 덧술을 한번 하면 이양주, 두번 하면 삼양주인데 그런 관점에서 '찹쌀 막걸리'는 십양주 이상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만큼 정성이 가득 담긴 술이다.
양조장 옆에 위치한 사장님만의 비밀공간에서 직접 담그신 담금주를 마시며 사장님의 컬렉션을 관람했다. 오래된 것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보관하시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 술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소주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하신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술을 빚는 분이 만든 소주는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된다. 어서 단양을 대표하는 전통 소주가 출시되어 짐빠의 매장에서 손님들과 잔을 기울일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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